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망치 하나 들고 시작한 셀프 리모델링 혼자서 해낸 시골 폐가 고치기 도전기

같이의-가치 2025. 6. 30. 17:10

 

“처음엔 못 박는 법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집이 생겼습니다”

 

셀프 리모델링 혼자서 해낸 시골 폐가 고치기 도전기

 

 

 

모든 게 낯설었던 첫날, 무너진 폐가 앞에 선 나


처음 시골집을 보러 갔을 때, 사실 마음이 복잡했다.
지붕은 내려앉아 있었고, 문은 녹이 슬어 열리지 않았으며
안은 쥐똥과 곰팡냄새로 가득했다.
그래도 이 집이 ‘내 집’이 될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혼자 고쳐보기로.

나는 건축을 전공한 사람도, 기술자도 아니었다.
페인트 붓을 처음 잡아본 것도 이 집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고, 책을 뒤지고, 블로그 후기를 밤새 읽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시작했다.

첫날은 쓰레기 분리부터 시작했다.
폐가에 쌓여 있던 오래된 가구와 잡동사니를 트럭에 싣고,
10여 포대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그렇게 집 안이 조금씩 비워지자,
어느새 ‘작업 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집은 새롭게 보이게 시작했다.

 


스스로 해보는 바닥, 벽, 천장 그리고 실패들

 

가장 먼저 손댄 건 바닥이었다.
바닥을 걷어내니 지면과의 틈에서 습기와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그 위에 아무리 마루를 깔아도 금세 들뜨는 문제가 반복됐다.
결국 인터넷에서 단열재 종류와 시공법을 공부하고
XPS 단열재와 방수 시트를 직접 구입해 깔기 시작했다.

문제는 재단이었다.
칼로 자르다 손을 베고, 단열재를 뒤집었다가 다시 깔고…
모든 과정이 ‘삽질’ 같았지만,
그만큼 내 손에 익어갔다.
한 평 한 평을 깔면서 ‘이게 내 집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그다음은 벽과 천장이었다.
곰팡이를 걷어낸 자리에 퍼티를 바르고,
석고보드를 재단해 붙이는 작업은
처음엔 두 손이 부족했고, 나중엔 무릎이 아팠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됐다.
이 집이 내 몸을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하이라이트는 페인트 작업이었다.
하얀색으로 도배된 벽에 직접 칠을 하니
공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집이구나.”
그때 처음, 이 공간에 사람의 체온이 스며든 느낌이 들었다.

 


전기도, 물도, 손으로 해결한 셀프 설비

 

가장 어려운 공정은 전기와 수도였다.
전기 배선은 위험 요소가 많아 전문가와 협의했고,
실제 배관 연결은 유튜브 + 시골 인근 설비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콘센트 위치, 조명 디자인, 조명 색깔 선정 등은
모두 내가 직접 판단하고 실행한 부분이었다.

수도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언제 물이 새고, 동파가 날지 몰라
관 내부 단열과 경사도 계산까지 직접 해야 했고,
수압 문제로 몇 번이나 다시 파이프를 정리해야 했다.

보일러도 문제였다.
연통이 빠지는 바람에 실내에 연기가 차는 일이 있었고,
온수 순환이 안 돼 겨울에 얼음물을 맞아야 했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그 고생 끝에, 따뜻한 물이 ‘콸콸’ 나왔을 때는
온몸이 녹는 듯한 감격을 느꼈다.

혼자서 해결한 셀프 설비는
비록 전문가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공간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쌓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누가 물어보면
전기 배선 정도는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셀프 리모델링의 끝, 그리고 나의 삶도 고쳐졌다

 

모든 공정을 마무리하고 집 안에 처음으로 매트를 깔던 날,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처음 이 집에 왔던 날과 비교하면
정말 다른 세상이 된 듯했기 때문이다.

비록 완벽한 시공은 아니고,
곳곳이 삐뚤빼뚤하지만
그 삐뚤삐뚤함마저도 내 손의 흔적이었다.
어쩌면 이 집은
‘고쳐진 집’이 아니라 ‘함께 자라온 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집을 고치며 나의 삶도 함께 정비되었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항상 시간에 쫓기고, 성과에 시달리던 내가
망치질하면서 침착해졌고,
못 하나에 집중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셀프 리모델링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체력도 바닥나며, 때로는 좌절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만큼 진짜 ‘내 공간’이 무엇인지 깨닫는 여정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리모델링 업체에 맡겨 단기간에 완성된 공간을 누리지만,
혼자서 천천히 고쳐간 이 집은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고친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마무리하며 – 혼자서 고쳐낸 집, 그 이상의 의미


이 작은 시골집을 혼자서 고치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주말마다 도시에서 내려와 망치를 들고,
여름엔 땀에 젖고, 겨울엔 손끝이 얼어붙으며
나무 한 장, 못 하나를 조심스레 다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집을 고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세운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꼈다.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진 나에게,
셀프 리모델링은 아주 천천히,
삶을 다시 보는 눈을 키워주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붕 위에서 본 별,
마루에 누워 들었던 빗소리,
처음 전등을 달고 불을 켰을 때의 그 따뜻함—
그건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정의 집이었다.

많은 이들이 "왜 혼자 하셨어요? 힘들지 않았어요?" 묻는다.
힘들었다. 진짜 많이.
하지만, 바로 그 힘든 덕분에
이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내 의지와 열정이 새겨진 '삶의 증거'가 되었다.

셀프 리모델링이 완벽할 수는 없다.
벽이 살짝 기울었고, 단열이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직접 만든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볼 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혹시 지금 당신도
낡은 시골집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꼭 한 가지는 기억해 줬으면 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그 시작은 망치 하나, 페인트 한 통,
그리고 ‘할 수 있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 질문에 "해보자"라고 대답하는 순간,
당신의 집도, 삶도, 분명히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첫걸음을 내디뎌보자.
언젠가, 당신도 그 집의 마루에 앉아
“정말 잘했다”는 말을
자신에게 건네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