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외지인이 직접 겪은 시골 폐가 리모델링의 현실
“폐가를 꿈꾸며 시골에 왔다가, 현실과 맞닥뜨리다”
도시의 낭만과 시골의 현실 사이
“이 폐가, 리모델링만 하면 진짜 멋질 것 같은데요?”
한때는 나도 그랬다.
SNS에서 본 시골 폐가 리모델링 성공기를 보고
‘나도 저렇게 멋지게 고쳐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초록산과 들 사이, 오래된 한옥이나 양옥집을
감성 숙소로 바꾸는 영상들을 보며
점점 마음속에 ‘빈집 로망’이 쌓여갔다.
그리고 드디어,
지역 커뮤니티에서 찾은 시골 폐가 매물.
가격은 단돈 900만 원.
“이 정도면 진짜 대박 아닌가요?”
들뜬 마음으로 현장을 보러 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붕은 내려앉아 있었고,
화장실은 재래식에 물도 끊겨 있었다.
벽은 곰팡이로 뒤덮였고, 마당에는 잡초가 허리까지 자랐다.
그래도 “괜찮아, 리모델링하면 되지” 하며 계약을 진행했다.
외지인의 첫걸음은 그렇게
꿈과 현실 사이의 어딘가에서 시작됐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동네 사람들과의 거리감, 예상 못 한 진입 장벽
계약을 끝내고 이삿짐을 들이기 위해 시작할 무렵,
작은 마을엔 빠르게 소문이 돌았다.
“서울서 온 젊은 사람이 폐가를 샀다더라.”
궁금해서 찾아온 어르신들, 호기심 섞인 시선.
“거기 살 수는 있어요?”, “물은 나오고?”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도움도 있었지만, 경계도 분명했다.
특히 인부 섭외가 어려웠다.
작업 일당을 올려줘도
“그 집은 못 해줘요”라는 대답이 많았다.
알고 보니, 마을 안에 ‘일감 나눠 먹기’처럼
기존 인맥이 있지 않으면 끼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다.
시공업체를 외지에서 부르자,
“왜 우리 동네 사람 안 쓰냐?”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말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아도
‘외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의 미묘한 거리감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장벽 중 하나였다.
게다가 지방의 특성상
자재 수급도 늦고, 날씨 변수도 심각했다.
비 오는 날엔 장비가 못 들어오고,
겨울엔 시멘트도 얼어붙어 공사가 멈췄다.
도시에서라면 당연하게 넘겼을 일들이
시골에서는 하나하나 부딪히며 넘어야 할 고개였다.
리모델링 비용,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집은 싸게 샀는데, 공사비는 배로 나갔다”
빈집 가격이 저렴하다고 리모델링도 싸지는 않는다.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애초에 ‘리모델링 예산 3천만 원’ 정도로 잡았지만,
막상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기초 배관, 전기 배선, 지붕 구조 보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계속해서 추가되었다.
아래는 실제 공사 항목 중 일부다:
지붕 철거 및 보강: 650만 원
전기/수도 설비 전면 교체: 800만 원
내부 단열 및 방수: 500만 원
화장실/주방 타일 및 설비: 400만 원
외벽 마감 및 도색: 250만 원
인건비 및 숙식비: 약 300만 원
기타 자재비, 운송비, 공구 구매 등: 400만 원
총합 약 3,400만 원 이상.
부자재 가격도 물류비 포함이라 도심보다 비쌌고,
작업 인력의 이동 및 대기 비용도 추가됐다.
게다가 한 번에 공사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췄다가 재시작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시간과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됐다.
하루하루가 피로했고, 마음도 많이 지쳤다.
하지만 그렇게 한 공간 한 공간을 완성해 가며
비로소 이 집이 ‘살아 있는 집’이 되어갔다.
폐허 같던 공간이, 조금씩 나의 이야기를 담는 집이 되어가는 과정.
그것은 참을 만한 고생이었다.
외지인도 살 수 있다, 다만 환상이 아닌 현실부터 마주하자
“시골집은 수리보다 관계가 더 어렵다”
리모델링이 끝난 지금,
사람들은 말한다.
“와~ 멋있게 고치셨네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웃는다.
이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독하고,
예산과 감정이 모두 고갈되는 시간이었는지를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골집 리모델링은 결국
나의 관점과 삶의 속도를 재조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외지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마을 아이들이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금씩 거리를 좁히고, 관계를 쌓아가는 일도
하나의 리모델링이었다.
결론은 이렇다.
폐가는 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로망’이 아니라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산도, 계획도, 관계도 모두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왜 이 집을 고치려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시골 폐가는 외지인에게
생각보다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당신도 어느 날
지붕 위로 별이 보이는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낯선 곳에서 다시 짓는 삶의 이야기
시골 폐가를 고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걸 왜 고치냐?”는 말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시당하는 느낌도 있었고,
내가 너무 무모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들은 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디딤돌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시골에선 전혀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하나 부르기도 어렵고, 자재 하나 사러 나가려면
차를 타고 몇십 분은 달려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외지인이라는 정체성은
생각보다 더 많은 설명과 인내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낯선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
고치고 또 고치며 익힌 기술과 감각은
이 집을 통해 내 삶을 다시 구성하게 했습니다.
무너졌던 공간이 다시 서는 과정은
결국 내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집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고칠 데도 남았고, 아직 다가서지 못한 관계도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집은 내가 선택하고 지켜낸 집이라는 점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더 살아볼 이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폐가 리모델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신 있게 권하고 싶습니다.
“쉽지 않지만, 해볼 만한 일입니다.”
고치는 건 공간이 아니라,
그 속에서의 당신의 시간이며, 당신의 태도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당신의 집 앞에 멈춰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죠.
“이 집, 참 따뜻하네요.
그냥 벽돌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느껴져서요.”
그날을 위해, 지금의 고민은 분명히 가치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