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 폐가에서 태어난 한옥형 게스트하우스 — 귀촌인의 특별한 도전기

“폐가였던 한옥, 정선의 쉼터로 다시 숨 쉰다”

강원 정선의 작은 폐가, 귀촌인의 새로운 꿈이 되다

강원 정선군, 산자락 아래 조용한 마을 한편.
한 채의 낡은 폐가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래된 한옥 구조를 지닌 이 집은
지붕 기와는 대부분 무너져 내렸고,
안채는 흙벽이 무너진 채 세월을 말없이 견디고 있었죠.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폐가’라 부르며 지나쳤고,
“이젠 허물어야 할 집”이라며 손사래를 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선으로 귀촌을 결심한 한 부부의 눈엔
그 폐가가 달라 보였습니다.
한옥 특유의 처마와 마루, 옛날 목제 기둥들은
오히려 이 부부에겐 ‘시간이 살아 있는 보물’처럼 느껴졌죠.
“허물기엔 너무 아까운 집이에요.
이 폐가를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사람들이 머물며 정선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부부는 그 꿈을 품고 바로 매입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이 폐가는
마을 입구의 언덕 아래 자리해
산과 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당자리였습니다.
비록 폐가 상태였지만,
기둥과 대들보는 튼튼했고, 한옥 특유의 미려한 곡선도 남아 있었죠.

마을 어르신들은 “저걸 어떻게 고치냐?”며 걱정했지만,
부부는 오히려 자신 있었습니다.
‘한옥 본래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린다’는 원칙에 따라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돌입하게 됩니다.

 

폐가의 숨결을 살린 한옥 리모델링, 그 치열한 현장

폐가 리모델링의 첫걸음은 바로 구조 점검이었습니다.
안전 전문가를 불러
기둥, 지붕, 기와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 결과,
다행히 주요 뼈대는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고
부분 보강만으로 충분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의 핵심은
‘한옥 특유의 멋을 살리면서도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한옥 전문가 목수를 찾아
낡은 대들보는 그대로 두고,
노후화된 처마와 기와는 모두 새로 교체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단열 작업이었습니다.
한옥 폐가는 기본적으로 단열이 취약한 구조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단점이 있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벽 안쪽엔 친환경 단열재를 넣고,
바닥에도 황토 단열 시공을 추가했습니다.
겉보기엔 전통 한옥이지만
실내에선 사계절 내내 쾌적한 공간이 되게 한 겁니다.

주방과 욕실은 현대식으로 개조했지만,
바깥으로 보이는 창호는 옛 나무 문살을 그대로 살려
한옥의 미감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손님들이 머물 방은 한지 벽지와 나무 마루로 마감해
자연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옥의 마당도 리모델링의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폐가였던 시절 마당엔 잡초만 무성했지만,
부부는 마당 한편에 조그만 연못을 만들고
작은 디딤돌 길을 놓았습니다.
손님들이 아침마다 마당 산책을 하며
정선의 산내 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섬세한 배려였죠.

 

폐가에서 시작한 게스트하우스, 정선의 명소가 되다

리모델링을 마친 폐가는
한옥형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부부는 ‘산마루 작은 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산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정선의 산과 강을 따라 트레킹을 즐긴 뒤
고즈넉한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의 발길이 늘었습니다.
특히 ‘폐가 리모델링 게스트하우스’라는 독특한 스토리는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예약 문의가 폭주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무엇보다 ‘느림’이었습니다.
방마다 놓인 작은 다다미방 테이블,
통창 너머로 보이는 산 풍경,
그리고 한옥 특유의 따스한 조명은
손님들에게 깊은 휴식을 선물했습니다.

또한 부부는 손님들에게
폐가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직접 리모델링 과정을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손님들은 “이 집이 폐가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하나같이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주말엔 마을 주민들과 협업해
손수 만든 떡과 약초차를 제공하는 소규모 장터도 열었습니다.
손님들은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정선 특산물도 즐기고,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거죠.

 

폐가, 다시 마을의 보물이 되다

이제 이 폐가는 정선 마을의 자랑거리입니다.
단순한 게스트하우스를 넘어
‘마을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죠.

부부는 게스트하우스 수익 일부를
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거나
노후화된 집들의 리모델링 자문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봄과 가을에는
‘한옥 음악회’도 열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마을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폐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 마을에도 숨은 보물이 많다”며
스스로 집을 가꿔보고자 마음먹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부부 역시 말합니다.
“폐가라고 모두 무너뜨릴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폐가 안엔 세월이 주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죠.
그걸 조금만 살려도 마을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걸,
우리는 이곳에서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이제 ‘산마루 작은 집’은
정선 여행객들에게 ‘꼭 머물고 싶은 한옥’으로 불리며
마을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는 오늘도 마당의 연못을 손질하며
이 폐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더 써 내려갈지
조용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 폐가였던 한옥, 마을의 품으로 돌아오다

시간이 멈춘 듯한 폐가였던 한옥 한 채가 이렇게 다시 숨을 쉬게 되기까지,
부부의 여정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폐가를 마주했을 때, 삐걱거리는 기둥과 부서진 기와지붕,
바람이 그대로 들이치는 흙벽 앞에서 그들은 순간 망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집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고,
그 마음 하나로 시작한 리모델링이 결국 한옥형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폐가는 그냥 오래된 집이 아니라,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기억과 시간이 쌓인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무너진 벽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 주인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을 지우지 않고 조심스레 보존하며, 새 숨결을 불어 넣는 것.
그것이 바로 부부가 선택한 리모델링의 방식이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부부가 가장 뿌듯해하는 순간은
손님들이 폐가였던 시절의 사진을 보고 놀랄 때입니다.
“정말 이렇게 변할 수 있나요?”
“옛 한옥의 멋이 이렇게 살아나는군요.”
이런 반응을 들을 때마다, 부부는 폐가가 가진 잠재력을 다시금 느낀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변화는 마을 주민들의 인식입니다.
그동안 방치됐던 다른 폐가들 역시 이제는 잠재적인 ‘마을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부부는 이웃들에게 폐가 리모델링 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마을 전체가 함께 살아난다’는 생각에 부부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부부가 꿈꾼 건 단순한 게스트하우스 이상의 공간입니다.
정선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폐가의 가치를 다시금 조명하며,
귀촌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공간이었습니다.

지금 그들은 마당의 연못 옆 벤치에 앉아 이렇게 말합니다.
“폐가라고 해서 다 버릴 필요는 없어요.
살려야 할 건 허물지 말고 살려야죠.
시간이 만든 멋,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 따뜻함이 만나면,
그 공간은 다시 살아나게 되어 있어요.”

정선의 산마루 작은 집,
이 한옥형 게스트하우스는 오늘도 조용히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며
오래된 폐가가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한 장씩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