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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무너진 기와 아래 피어난 감성”한옥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분석

by 같이의-가치 2025. 6. 30.

‘폐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한옥은 다시 피어날 수 있다.

 

한옥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분석



“무너진 한옥도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다

 

몇 해 전, SNS를 뜨겁게 달군 한 사진이 있었다.
낡고 무너진 시골 한옥이 고쳐져,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한 장면이었다.
기와는 그대로였고, 대청마루는 새로 다듬어졌으며,
창틀 사이로는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한옥 리모델링은 단순한 ‘옛집 고치기’가 아니다.
그건 시간을 보존하면서 현대의 삶과 조화를 이뤄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귀촌인, 창업 준비자, 감성 공간 기획자들 사이에서
‘한옥 폐가 리모델링’이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경북 안동과 전남 구례에서 실제 진행된
두 개의 한옥 리모델링 사례를 중심으로,
한옥의 구조적 특징, 예상 비용, 리모델링 핵심,
그리고 절대 빠뜨려선 안 될 체크리스트까지 낱낱이 분석해 본다.

 


사례 1 : 안동의 80년 된 폐 한옥, '책방 겸 찻집'으로 거듭나다

 

첫 번째 사례는 경북 안동의 오래된 폐 한옥이다.
대략 80년 전, 3칸짜리 초가지붕으로 지어진 이 집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기둥이 썩고, 대들보가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건축주는 ‘이 집의 정서와 풍경’을 살리고 싶었다.

리모델링은 구조부터 다시 짜는 일로 시작됐다.
기둥과 대들보는 해체 후 전통 방식 그대로 보수하고,
기와는 철거 후 원형을 유지한 재시공,
대청마루는 열 반사 단열재를 깔아
현대 생활에도 불편함 없게 처리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기존 한옥의 ‘흙냄새와 바람길’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요즘 식 ‘고급스러움’ 대신,
‘살았던 사람의 흔적’이 담긴 분위기를 간직했다.

 


사례 2 : 구례 폐 한옥, 작가의 거주 공간으로 재탄생

 

전남 구례의 한 사례는 조금 더 실험적이다.
주인은 서울에서 내려온 40대 조각가.
그는 이 폐 한옥을 ‘작가들의 공동 작업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건물은 지어진 지 60년 정도였고, 일부는 이미 지붕이 무너져 있었다.

이 사례의 포인트는 ‘부분 새 단장’이다.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고, ‘쓸 수 있는 구조는 최대한 살리고,
거주와 작업에 꼭 필요한 부분만 고쳤다’는 점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벽체다.
한쪽은 황토 그대로 남겨 촉감을 유지했고,
다른 한쪽은 갤러리 기능을 위해 화이트 페인트로 정리했다.
이러한 대조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서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미감’을 만들어냈다.

리모델링에 들어간 총예산은 약 2,500만 원.
DIY를 적극 활용하고,
중고 창호를 재사용하며 예산을 줄였다.
그러나 기초 전기공사, 단열, 상하수도 배관 등은
꼭 전문가 손을 거쳐 진행했다.

이 한옥은 이제,
작가들이 계절마다 찾아와 글을 쓰고,
작품을 놓고 토론하며 시간이 흐르는 집이 되었다.

 


한옥 리모델링, 감성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는 법

 

한옥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생활의 편의를 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아래는 한옥 폐가 리모델링 시 꼭 기억해야 할 현실적인 조언이다.

기초구조 점검은 필수: 대들보, 기둥이 썩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그 보강 비용은 가장 큰 비용 항목이 될 수 있다.

기와는 교체보다 보수 재사용이 저렴하고 정감 있다.

창호는 가능하면 전통 창살 유지 + 단열 시트 보완

전기·수도는 현대식으로 전면 교체 필수. 전통만 고집하면 겨울나기 힘들다.

인테리어보다 중요한 건 ‘바람이 어떻게 드나들고, 햇살이 어디서 떨어지는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왜 한옥을 고치려 하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스스로에게던지는 것이다.

멋있어 보이는 감성, 카페와 된 트렌드,
SNS 사진 한 장에 혹하는 리모델링은
결국 짧은 수명을 가지기 마련이다.

진짜 좋은 한옥 리모델링은
시간이 지나도 공간의 결이 살아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이다.

폐가였던 한옥이
다시 사랑받고, 살아지는 공간이 되어가는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우리 삶의 리듬이 느려지고, 더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마무리하며 

 

한옥 폐가 리모델링은 단순히 낡은 집을 고치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곧 시간이 쌓인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히는 일이자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만드는 예술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두 가지 사례—안동의 찻집 한옥과 

구례의 작가 거주—는 서로 방식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무너졌던 집을 살리는 과정에서, 그 집이 다시 사람을 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인테리어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한옥은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고유한 품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와 아래 흐르는 바람, 마루 위를 타고 드는 햇살,
그리고 한지문을 스치는 손끝의 감촉까지,
이 모든 것이 한옥을 고칠 때 잃지 말아야 할 ‘감성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감성만으로는 한옥을 되살릴 수 없습니다.
현실적인 공정 계획, 구조 이해, 단열·설비에 대한 냉정한 판단,
그리고 예산과 체력까지 감안한 결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집을 고치며 자신도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매일 대패질하고, 나사 하나 직접 고정하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다시 사람을 바꿉니다.

어쩌면 한옥 폐가 리모델링의 진짜 보람은,
완공된 집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삶도 다시 살아난다’는 감각 아닐까요?

누군가에겐 버려졌던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다시 살아 숨 쉬는 따뜻한 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이라면,
 이 순간부터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기와를 다시 얹는 첫날, 마루를 다시 밟는 순간,
그 집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시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