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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가족의 손으로 천천히 만든 집-폐가, 슬로우 하우스의 첫 삽을 뜨다

by 같이의-가치 2025. 6. 29.

“삽 하나, 웃음 하나,
주말마다 쌓아 올린 우리 가족의 집 이야기”

 

가족의 손으로 만든 집-폐가, 슬로우 하우스의 시작

 

 

어느 낡은 폐가 앞에 선 우리 가족


모든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오래전 외삼촌이 보내온, 지붕이 반쯤 무너진 시골집 한 채.
사진 속 그 집은 푸릇한 덩굴식물에 둘러싸여 있었고, 오래 방치되어 사람의 손길이 끊긴 듯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에 그 집이 들어왔다.
“저 집, 우리 손으로 고쳐볼까?”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우리의 주말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다.

서울에서 주말마다 내려간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과 하교 후 차에 오르고,
토요일 아침이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곡괭이와 삽을 들었다.
그 낡은 집 앞에서 우리는 마치 TV 예능 속 가족 리모델링 팀처럼,
도면 없이, 계획도 없이, 마음만으로 움직였다.

아이들은 풀을 뽑고 고양이를 쫓으며 뛰놀고,
아내는 쓰레기며 헌 가구를 정리하며 동선을 고민했다.
나는 망가진 문짝을 붙잡고 망치질을 해대며,
“여기는 나중에 벽돌로 다시 쌓아야겠다”는 상상 속 설계를 그렸다.

 


무너진 벽돌 사이, 다시 세워진 가족의 대화

 

무너진 벽은 단순히 시멘트로 다시 쌓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족 간의 대화를 다시 쌓아갔다.
아이들과 함께 못을 박으며 평소에 하지 않던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 힘든데 왜 이걸 해요?”라는 질문에
“네가 나중에 이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면 좋겠잖아”라고 말하며,
가족 모두의 미래를 담아 집을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시골 폐가는 ‘빠르게’ 고칠 수 없는 곳이다.
하루에 할 수 있는 건 벽 한쪽을 정리하거나,
창문 하나를 수리하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속도가 바로 우리가 원하던 리듬이었다.
일상의 속도와는 다른,
느리고 정직한 시간이 우리 가족을 감쌌다.

작업이 끝난 후엔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김밥과 라면으로 작은 소풍을 즐겼다.
지친 몸을 쉬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시간.
집은 비록 낡았지만, 그 안의 시간은 참 따뜻했다.

 

슬로우 하우스, 빠르지 않아도 괜찮은 집

 

요즘은 '빠름'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빨리 짓고, 빨리 입주하고, 빨리 완성된 집을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였다.
하루하루 손으로, 마음으로 짓는 집.
천천히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이 프로젝트에 ‘슬로우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슬로우 하우스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다.
그건 우리 가족이 시간을 함께 쓰는 방식이고,
삶의 태도를 다시 정비하는 여정이었다.
아이들은 전보다 스스로 할 일을 찾게 되었고,
부부는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텃밭 넘어 낡은 집 한 채가 있었다.

우리는 기존 구조를 대부분 유지한 채,
한 쪽씩 수리해 나가기로 했다.
벽을 허물고 다시 쌓는 대신, 덧댐과 보강,
전면 철거 대신 기존 창틀을 살려서 고치기.
그 과정에서 집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가족의 손때가 묻은 공간으로 변화해 갔다.

 


주말마다 쌓아가는 집, 추억이 머무는 공간

 

이제 슬로우 하우스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분명히 우리 가족의 중요한 일상이자, 쉼터가 되었다.
매주 주말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변화 속에서,
우리 가족은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공간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방 하나가 정리될 때마다 우리는 어느 캠핑장보다 따뜻한 밤을 보내고,
아이들은 “이제 우리 집 같아!”라며
자기 손으로 만든 서랍과 책상을 자랑한다.
비록 아직 단열도 완벽하지 않고, 지붕도 반쯤 고쳤지만,
이 집에는 시간과 정성, 웃음과 인내, 그리고 가족의 온기가 녹아 있다.

처음엔 폐가였지만,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담는 집이다.
우리는 여전히 주말마다 차에 오르고,
주유소에서 삼각김밥을 사 들고
그 낡은 집을 향해 달려간다.

완성은 멀었지만, 괜찮다.
이 집은 완성보다 과정이 더 아름다운 집이니까.
슬로우 하우스,
그건 단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닌,
우리 가족의 성장기이자
삶을 함께 짓는 방식이었다.

 


마무리하며

 

슬로우 하우스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시멘트를 다 바르지도 못했고, 지붕은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수돗물이 약하게 나오는 날도 있고, 전기 배선은 임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매주 그 집에 가는 걸 기다리고,
우리는 주말이면 자연스레 공구함을 차에 싣는다.

이 집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우리 가족이 직접 고친 집’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집을 통해 우리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냈고, 함께 땀을 흘렸으며,
함께 웃고 때로는 다투며 진짜 살아 있는 삶을 나눴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건조하다.
우리에겐 이 작업이 ‘삶을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까웠다.
아이들은 흙벽을 만지며 자연을 배우고,
우리는 나무판자를 붙이며 인내와 소통을 배웠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도시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갔던 우리 가족의 관계를
다시 천천히 이어 붙여 주었다.

처음엔 단순히 ‘값싼 시골집을 고쳐 쓰자’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이 집은 가족의 손때로 만들어진 앨범이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 교실이자,
도시 밖에서 숨 쉴 수 있는 숨통 같은 곳이 되었다.

완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건 그 완성까지 함께한 시간의 기록이다.
슬로우 하우스는 느리게 지어진 만큼
그만큼 단단한 사랑과 추억이 차곡차곡 쌓였다.
벽 하나를 고칠 때마다 아이의 키도 자라고,
나무 한 장을 붙일 때마다 우리 부부의 대화도 깊어졌다.

앞으로도 완성까지는 많은 주말이 필요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손 놓고 쉬기도 하고,
갑자기 일이 생겨 내려가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만
그조차 이 집의 일부가 될 것이다.

가끔은 작업을 멈추고 마당에 앉아
아이들과 고양이를 구경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면 깨닫는다.
우리가 고치는 건 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 자체였다는 것을.

슬로우 하우스는 그렇게 오늘도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리고 아주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