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무성하던 폐가,
이제는 사계절이 흐르는 텃밭 집이 된다"
버려진 땅에서 시작된 꿈, 잡초 속 가능성을 보다
처음 이 집을 봤을 땐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집이라기보단, 방치된 창고 같았다.
마당은 잡초로 가득했고, 담장은 무너졌으며, 지붕은 군데군데 뚫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황량한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텃밭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넓은 마당,
해가 잘 드는 지형,
무엇보다도 내가 손을 넣을 수 있는 여백이 있다는 것.
도시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삶.
‘내가 먹을 것을 직접 길러 먹는 집’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이 폐가를 선택했다.
이 집은 정비보다는 재생이 필요했다.
무너진 부분은 철거하고, 쓸 수 있는 구조는 최대한 살리며,
텃밭과 어우러지는 형태로 계획을 세웠다.
기존 마당을 정리하며 불필요한 시멘트를 걷어냈고, 뿌리 깊은 나무를 그대로 두어 그늘과 바람이 쉬어가는 길로 만들었다.
텃밭 중심 동선으로 잡을 설계 하다
텃밭과 함께 살아가려면,
집의 구조도 단순히 보기 좋게만 구성해선 안 된다.
나는 전원주택의 중심을 '텃밭'에 두었다.
현관과 주방 사이엔 외부 샤워 시설을 만들었고,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바로 씻어 들일 수 있도록 싱크대를 가까이 배치했다.
실내는 최대한 단순하고 자연광이 잘 들어오도록 꾸몄다.
버려진 집이었던 만큼 창이 작고 어두운 구조였지만,
창호를 통째로 뜯어내고 전면 개방형 창문을 설치해 햇살이 거실까지 깊숙이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방 하나는 온전히 저장 공간으로 활용했다.
계절 채소를 보관하고, 말린 나물이나 장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텃밭과 함께 사는 삶에서 정말 큰 자산이 된다.
주방은 화학 소재 대신 천연 나무와 석재로 마감해
직접 수확한 식재료를 다룰 때도 마음이 편안했다.
또한 퇴비장과 수집 통, 빗물 집수 시스템도 함께 설치해
텃밭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작은 순환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자급자족’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흐르는 집, 삶이 익는 마당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텃밭이 만들어낸 계절의 흐름이었다.
봄엔 쑥과 달래, 여름엔 토마토와 오이,
가을엔 고구마와 무, 겨울엔 비닐하우스 속 시금치까지.
이 집에선 사계절이 음식으로 피어나고,
생활로 이어졌다.
마당은 단지 농사짓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이 펼쳐지는 무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텃밭에서 벌레를 잡고, 어른들은 수확한 채소를 손질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 좋은 날이면 마당 한쪽에서 도맛소리가 들리고,
저녁이면 그 자리에서 구운 고구마와 막 담근 김치가 식탁에 올라왔다.
집 안 곳곳에도 계절의 손길을 담으려 했다.
벽에는 직접 찍은 텃밭 사진을 액자로 걸고,
햇볕에 말린 허브와 꽃은 말린 리스로 꾸몄다.
수확한 재료로 직접 만든 소품과 장식들은
이 집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바꿔주었다.
사람들은 이 집에 오면 꼭 이렇게 말한다.
“여긴 집이 아니라, 작은 생태계 같아요.”
맞다.
이곳은 단순히 리모델링된 폐가가 아니다.
삶의 리듬이 깃든 생명력 있는 공간이다.
‘먹고 살 집’에서 ‘살고 싶은 집’으로
처음엔 ‘어떻게든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이곳은
‘살고 싶은 집’, 나다운 집으로 변해 있었다.
돈이 많아서 멋진 자재를 들인 것도 아니고,
전문 디자이너가 붙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삶의 필요와 자연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면서 만든 집이었기에
어느 각도에서든 진짜 나의 흔적이 녹아 있었다.
이제는 집 안에만 있어도 충분하다.
도시에서 쫓기듯 살던 내가,
텃밭을 매만지고 마당을 바라보며
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만들어간다.
이곳에서는 계절이 시간표가 되고,
씨앗 하나가 하루의 중심이 된다.
폐가였던 집이 전원주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집이란 결국
“삶의 방식이 머무는 곳”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삶은 자연과 더 가까울 때 비로소 깊어진다는 것도.
마무리하며
텃밭과 함께하는 집은 단순히 ‘정원이 있는 집’이나 ‘농사짓는 공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건 곧 자연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이고,
무엇을 먹고, 어떤 공간에서 쉬며,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갈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 집은 처음엔 ‘폐가’였다.
이웃들조차 외면하던 잡초 더미와 쓰레기로 뒤덮인 공간,
비가 새고, 문짝은 썩어 있고, 지붕은 무너질 듯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
마당 끝에서 햇살을 받은 땅을 보며
“여기에 텃밭을 만들면 좋겠다”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작은 상상이 이 모든 시작이었다.
텃밭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내 손으로 흙을 고르고, 모종을 옮기고, 수확한 채소를 씻어 저녁 식탁에 올리는 날들.
그 일상의 조각 하나하나가 집을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든 동력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 집은 더 이상 낡고 방치된 구조물이 아니었다.
살고 싶은 이유가 있는 집,
몸과 마음이 자라는 집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종종 “예산은 얼마나 들었나요?”, “디자인은 누가 했어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이 집은 디자인보다 방향, 자재보다 철학이 먼저였다고.
무언가를 덧붙이기보다는 덜어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고,
더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햇살과 흙냄새가 먼저 느껴지는 구조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모여
이 집을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지금도 여전히 마당엔 잡초가 자라고,
텃밭 옆 창고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연장이 널브러져 있다.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이 집의 시간은 완성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다.
매일 조금씩 정돈되고, 계절마다 새로운 농작물이 자라고,
그 속에서 나의 삶도 함께 자란다.
텃밭이 있는 집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심은 것에 따라 삶의 리듬이 정해지고,
날씨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며,
수확의 기쁨만큼이나 기다림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연을 이해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결국 폐가를 고친다는 건
단순한 ‘재건축’이 아닌,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었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만 살아가던 내 일상에
천천히 자라는 것들의 가치를 알게 해준 공간.
이 집은, 그 자체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오늘도 아침이면 마당으로 나가
텃밭을 둘러보고, 씨앗을 심고,
저녁이면 그 수확으로 식탁을 채운다.
그 속에서 나는 단순히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텃밭과 어울리는 집,
그건 내가 선택한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삶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 집 위에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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