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쏟아지는 물…
물이 새던 집, 방수 리모델링으로 되살리다"
비가 오면 무너지는 폐가, 그 시작
처음 이 집을 만났던 날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길게 뻗은 농로를 따라 걷다 마주친, 낡고 침묵에 잠긴 시골집. 문을 열자마자 퀴퀴한 곰팡냄새와 함께, 방 안으로 스며드는 빗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한쪽 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 자국,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대야 두 개.
“여긴 비 오는 날마다 물받이 통이 집안 곳곳에 생기거든요.”
집을 소개하던 동네 주민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그 말이 곧 현실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집 안을 뛰어다니며 물 떨어지는 자리에 대야를 옮기고, 고인 물을 퍼내야 했다. 지붕은 오래전에 손을 본 적이 없었고, 처마는 썩어 물이 흘러내릴 틈조차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이상하게 끌렸다.
‘비만 새지 않으면, 이 집은 살아있다.’
그 믿음 하나로 방수 리모델링을 결심했다.
눈에 안 보이던 누수의 실체를 마주하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한 건 누수의 원인을 찾는 작업이었다.
맨눈으로는 지붕에서 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창호 주변, 벽과 천장이 만나는 지점, 외벽 틈, 그리고 오래된 배수관 등 누수의 경로는 복잡하고 다양했다.
전문가와 함께 카메라 내시경을 사용해 천장과 외벽 틈을 살폈다.
천장 상단에는 방수 시트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흙과 대나무로 만든 옛 천장 구조는 습기를 머금은 채 처져 있었다. 특히 방 벽면에 습기가 계속 남아있던 이유는 외벽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에 균열이 생겨, 땅에서 스며든 수분이 계속 내부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또한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는 단열도, 방수도 없었다. 빗물은 기와 사이로 스며든 뒤, 목재 틈을 타고 흘러내리며 실내 천장을 타고 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건 단순한 방수공사가 아니라, 구조부터 새로 봐야 하는 일’이었다.
이후 계획을 세우면서, 1단계: 지붕 방수, 2단계: 외벽 보강, 3단계: 내부 단열·방수라는 순서로 접근하기로 했다.
비 새던 집에 우산을 씌우다 – 리모델링 본격 시작
첫 번째 단계는 지붕.
기존의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경량 철골 구조 위에 방수시트를 이중으로 설치했다. 방수시트는 기존 대비 내구성이 좋은 고분자계 소재를 선택했고, 시공 시 겹친 부위를 10cm 이상 확보해 ‘이음새 누수’를 막았다.
그 위에 컬러강판을 올렸고, 처마 끝부분에는 ‘드립 엣지’를 덧붙여 빗물이 외벽을 타고 흐르지 않도록 만들었다. 기존 지붕보다 20cm가량 높여 통기성과 물 빠짐 기능도 동시에 확보했다. 시공 후엔 실제로 몇 차례의 비에도 내부 누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두 번째는 외벽 보강.
외벽의 미세한 균열을 따라 실리콘과 폴리우레탄계 방수제를 주입하고, 외벽 전체에 외단열 시트와 드라이비트 마감을 했다. 내부 벽면에서는 ‘곰팡이 반점’이 발생하던 부분에 방습처리제를 분사하고, 석고보드로 2차 마감을 진행했다.
세 번째는 바닥.
누수만 아니라 바닥 습기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바닥을 철거하고 난 후엔 방수모르타르를 바른 후, 그 위에 비닐 방수시트 → 단열재 → 콘크리트 → 마감재 순으로 단계를 올렸다.
모든 시공이 끝난 뒤, 나는 일부러 장마철을 기다렸다.
그리고 실제로 이틀간 비가 쏟아지던 날, 나는 우산도 쓰지 않고 마당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하게 유지되던 실내를 보며, 조용히 웃었다. “이제 이 집은, 비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빗물이 멈춘 집, 삶이 흐르기 시작하다
방수공사를 마친 이후, 집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빗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대야를 옮기지 않아도 되었고, 천장에서 떨어지던 물방울 소리는 사라졌다. 벽지에 번지던 곰팡이도 멈췄다. 무엇보다 이 집이 ‘비 오는 날 가장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붕 아래 앉아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그 평범한 순간이, 이 집에서는 가장 큰 축복이 되었다.
이제 나는 이 집에서 글을 쓰고, 요리하고, 지인들을 초대해 바비큐를 구운다. 그들은 말한다.
“비 오면 위험한 집이더니, 이젠 비 오는 날이 제일 좋아 보인다.”
맞다. 지금은 그렇다.
이 집의 방수 리모델링은 단순히 ‘물 안 새게 한 것’이 아니라, 이 집에 다시 ‘삶이 흐르게 만든 것’이다.
무너지던 곳에 단단함을 입히고, 썩어가던 공간에 따뜻함을 채운 그 경험은 내게도 커다란 회복이었다.
마무리하며
비가 올 때마다 불안에 떨던 시절이 있었다.
집 안에서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심하게 물이 새던 날, 나는 대야를 들고 집안을 뛰어다녔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잠을 설쳤다. 지붕에서, 벽 틈에서, 바닥에서 새어드는 물은 단지 공간을 적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마저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때 포기하지 않고 ‘방수’라는 단어 하나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고, 직접 배우고 시도하며, 하나하나 손보는 동안 집은 조금씩 달라졌다. 지붕을 고치고, 외벽을 보강하고, 바닥을 뜯어 단열과 방수층을 새로 쌓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지만, 매 순간 내 삶을 바로 세우는 작업 같았다.
방수 리모델링이 끝난 지금, 비 오는 날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날씨가 되었다. 창문 너머 들리는 빗소리는 이제 위로가 되었고, 흘러내리던 물 자국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따뜻한 조명이 들어섰다. 그 변화는 집만이 아니라, 내 일상과 마음을 바꿔 놓았다.
결국, 집은 사람이 돌보는 만큼 다시 살아난다. 작은 균열을 외면하지 않고, 스며드는 틈을 찾아 메우며 정성을 들이면, 다시 견고해진다. 비가 와도 안심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지금의 내 집이다.
물이 새던 집을 고치며 나는 깨달았다.
진짜 방수란, 빗물만 막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기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방수의 기술은, 정성과 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이제 나는 더 이상 비를 피하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집 안에서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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