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창고였던 폐가에서 예술공간으로, 갤러리형 시골집 리모델링 실전기

by 같이의-가치 2025. 6. 26.

폐가 창고의 반전!
갤러리처럼 빛나는 시골집 탄생기

 

창고였던 폐가에서 갤러리형 시골집 리모델링

 

먼지 쌓인 창고에서 시작된 나의 꿈

 


처음 이 폐가를 보았을 땐, 솔직히 말해 ‘포기해야 하나’란 생각부터 들었다. 시골 마을의 구석진 언덕 아래, 한때 농기계를 넣어두던 낡은 시멘트 창고였다. 창문 하나 없이 햇빛조차 들지 않았고, 벽과 천장 곳곳에는 물 자국과 곰팡이가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둡고 허름한 공간 속에서 기회와 가능성이 느껴졌다.

나의 꿈은 늘 작은 갤러리를 갖는 것이었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때론 지인들과 와인 한 잔을 나누는 감성적인 공간. 도시에서는 엄두도 못 낼 그런 로망을 이 낡은 창고에서 펼쳐보자 결심했다.
먼저 공간 구조를 분석했다. 콘크리트 박스 형태지만 천장이 높고, 벽체가 튼튼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이 점을 살려 천장은 살리고, 벽면은 완전히 바꾸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기획했다. 목적은 단 하나,
‘자연광이 가득한 갤러리형 주택’을 만드는 것이었다.

 


빛을 끌어들이는 리모델링: 구조와 채광의 재설계

 

첫 번째 미션은 ‘빛을 들이기’였다. 기존 창고에는 창이 없었기 때문에, 정면과 측면 벽에 대형 창호를 뚫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정면은 통유리 슬라이딩 도어로 만들어 아침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게 했고, 남향 벽에는 긴 직사각형 창을 3개 나란히 내어 전시 작품과 조화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낮에는 별다른 조명 없이도 공간 전체가 환해졌다.

내부 구조는 가능한 한 오픈 플랜을 유지했다. 하나의 거실 공간에 주방, 작업 테이블, 독서 코너, 그리고 작은 소파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천장은 기존의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살렸고, 조명은 레일 조명과 펜던트 조명을 조합해 미술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은 화이트 페인트로 마감해 그림이 걸릴 수 있도록 했고, 바닥은 고풍스러운 폴리싱 콘크리트로 깔아 전체 분위기를 정제되게 잡았다.

무엇보다도 공간을 구성할 때 ‘비움’의 미학을 적용했다. 욕심내지 않고 필요한 가구만 최소한으로, 여백을 살려 시골 풍경과 자연광이 공간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단열과 설비, 예술 공간의 실용적 기반 다지기

 

겉보기에 예쁜 집도, 기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오래 머물기 어렵다. 그래서 디자인과 병행해 단열, 전기, 수도 등 기본 공사도 철저하게 진행했다.

창고였던 만큼 바닥에는 단열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XPS 단열재와 전기온돌 시스템을 설치했다. 겨울철 냉기 차단은 물론, 따뜻한 바닥을 유지해 생활 공간으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천장 단열은 두꺼운 글라스울과 알루미늄 반사재를 사용해 시공했다. 벽은 외단열을 적용해 내부 습기를 방지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전기는 전체 재 배선했고, 분전함도 최신형으로 교체. 특히 전시 조명을 위한 회로를 따로 분리해 조도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수도는 외부 급수관을 연결해 싱크대와 작은 화장실을 설치했다. 보일러는 설치하지 않고, 대신 고성능 전기 히터와 환기시스템으로 냉난방을 보완했다.

이 모든 실용적 기반 덕분에 예술적 공간이 불편함 없는 주거로 연결되었고, 방문하는 이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가능했냐?”는 반응을 보여줬다. 예술성과 실용성의 경계에서, 나는 둘 다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폐가에서 예술로, 삶의 질이 달라지다

 

이제 이곳은 나의 예술적 은신처이자, 삶의 중심이 되었다. 해 질 무렵, 커튼 없이 열려 있는 대형 유리창 너머로 붉은 노을이 들어오면,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벽에는 내가 그린 그림 몇 점이 걸려 있고, 작은 테이블에는 책과 커피 한 잔이 놓여 있다. 도시에서 쫓기듯 살던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일상이다.

가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우리는 이곳을 '미니 갤러리 하우스'라 부른다.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시골 마을 아이들을 초대해 미술 체험도 연다.
버려졌던 창고가 지금은 문화가 흐르는 집이 된 것이다.

총 리모델링 비용은 약 1,200만 원.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 건 창호 설치(약 300만 원), 단열공사(250만 원), 내부 마감(200만 원), 전기·수도 공사(300만 원) 등이었다. 인테리어는 직접 계획하고, 시공도 일부는 셀프로 해결해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공간을 단순한 ‘집’이 아니라, 나의 철학과 감성을 담은 예술의 그릇이라 부른다. 가장 쓸모없던 공간이, 가장 가치 있는 장소로 변한 것. 그것이 리모델링의 진짜 마법이다.

 

 

마무리하며

 

창고였던 그 폐가는 이제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다.
지붕에서 흙먼지가 떨어지고, 벽면엔 오래된 쥐 발자국이 찍혀 있던 그곳이
지금은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사람들이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무언가를 ‘예쁘게 꾸민다’는 것과, ‘진심을 담아 살려낸다’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는 이 공간을 치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상처를 이해하려 했고,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얹었다.
낡은 기둥은 그대로 살리되 조명을 달아 생명을 불어넣었고, 갈라진 바닥 위에는 붓질을 더해 또 다른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여기는 단순한 갤러리가 아니라, 공간 자체가 예술이네요.”
맞다. 이 집은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과거를 품은 구조와 현재를 담은 감성, 그리고 미래를 기다리는 여유가 공존하는 장소.

갤러리형 리모델링은 단순한 공간 변화가 아니다.
그건 삶의 결을 바꾸는 작업이고, 무너진 것을 다시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누군가는 쓰레기라 말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이야기와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제 이 집은 내게 가장 창의적인 공간이자,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고 사유를 공유하는 ‘열린 캔버스’가 되었다.
창고의 어둠 속에서 시작된 이 집이
이제는 예술이라는 빛을 품고 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모든 폐가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또 다른 예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