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보일러 완전 교체!
폐가가 집이 되기까지
아무것도 없는 집,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몇 년간 방치돼 있던 시골집을 인수하면서 각오했던 것보다 현실은 훨씬 험난했다. 지붕 일부는 새고, 벽은 갈라져 있었고, 더 심각한 건 전기, 수도, 보일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껍데기만 있는 집”이었다. 벽지는 물론이고, 전선도 낡아 있어 감전 위험이 있었고, 수도 배관은 곳곳이 터져 있었으며, 난방은 당연히 전무했다. 누군가 이걸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우리는 결심했다.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로 하자.
그 첫 단추는 전기 교체였다. 마을 전신주에서부터 우리 집까지 전기 인입선을 다시 연결해야 했고, 집 안의 전등, 콘센트, 분전반까지 전체적으로 손을 봤다. 오랜만에 전기가 들어오고, 집 안의 전등이 하나둘씩 켜졌을 때, 마치 집이 다시 숨을 쉬기 위해 시작한 듯했다. 이후로는 배선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불안정한 차단기도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전기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이 작업만 해도 비용은 300만 원 이상 들었지만, 안전과 생활의 기본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흙탕물이 콸콸? 수도 교체의 진짜 의미
전기 문제를 해결하니, 다음으로 마주한 건 수도였다. 오래된 집에서 수도를 튼 순간 콸콸 쏟아진 건 깨끗한 물이 아니라 녹물 섞인 흙탕물이었다. 연결된 배관은 대부분 철로 되어 있어 녹슬고 막혀 있었고, 일부는 얼어 터지면서 수압도 약했다. 이 상태로는 음용은커녕 세수도 불가능했다. 결국 결심했다. 수도관 전면 교체.
우리는 수도업자를 불러 집안 배관 구조를 다시 짰다. 부엌, 욕실, 세면대, 세탁기 자리까지 전부 신규 배관으로 연결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메인 수도관도 교체했다. 덤으로 설치된 정수 필터는 흙탕물을 1차로 걸러주는 역할을 했고, 실내에는 스테인리스 배관을 사용해 녹 발생 걱정도 줄였다. 이 과정에서 배관 재질, 수압 조절기, 동파 방지 장치까지 꼼꼼히 챙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사지만 수도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 시작하자, 삶의 질이 한결 나아졌다.
공사비는 대략 400만 원 선. 일부는 직접 구매하고 시공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예산을 아꼈다. 시골살이의 핵심은 생활 인프라를 탄탄히 하는 것, 바로 수도공사의 교훈이었다.
가장 큰 난관, 겨울을 위한 보일러 공사
이제 마지막 고비는 난방이었다. 이 집은 아궁이를 떼던 시절의 구조였기 때문에 보일러 자체가 없었고, 온돌마루도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우선, 연통이 막힌 굴뚝을 철거하고, 벽걸이 가스보일러 설치를 계획했다. 시골이라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PG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또한 별도의 가스통 공간과 배관 시공이 필요했다.
가장 고민이 되었던 건 온수 순환방식이었다. 방마다 따뜻한 물이 돌도록 하기 위해 구형 파이프 대신 PEX 배관으로 난방 관을 새로 깔았고, 마루와 방마다 단열재도 보강했다. 자칫 잘못하면 열 손실이 심해져 난방비가 폭탄처럼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단열재, 난방필름, 실리콘 마감까지 전부 체크했다. 드디어 보일러를 처음 가동한 날, 미지근하던 방바닥이 따뜻하게 데워지며 안도감이 들었다.
보일러 설치 비용은 약 250만 원. 여기에 배관 및 단열 자재비, 부자재 포함 총 350만 원 정도가 들었지만, 겨울이 두렵지 않은 집이 완성되었다.
생활할 수 있는 폐가, 이제는 내 집
전기, 수도, 보일러를 교체하고 나니 비로소 ‘집다운 집’이 되었다. 낡고 버려진 채로 잊힌 공간이 하나둘 기능을 회복하고, 내가 살 수 있는 생활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었다. 마치 이 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 같았다. 지금도 비가 오면 낡은 창틀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겨울이면 창호 교체 전의 틈새로 찬 기운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집은 내 손으로 일군 터전이다.
총공사비는 약 1,050만 원. 모든 걸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두 배 이상 들었겠지만, 가능한 부분은 직접 알아보고, 일부는 지인에게 도움을 받아 현실 가능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냈다. 덕분에 지금 이 집은, 나에게는 가장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가장 잘한 선택은 전기, 수도, 보일러를 아예 새로 했던 일이다. 그때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안전’과 ‘쾌적함’이야말로 리모델링의 본질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제는 그 흔한 불편함 하나 없이, 이 시골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마무리하며
전기, 수도, 보일러.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기반을 하나하나 새로 깐다는 건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벽을 뜯고 배관을 찾고, 땅을 파고 케이블을 묻는 과정은 그저 불편을 해소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폐가였던 이 집에 새로운 혈관을 연결하고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작업 같았다.
공사 중간중간 난관도 많았다.
노후한 전선이 벽 안에 엉켜 있기도 했고, 수도관은 얼어 터져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기도 했다.
보일러는 규격이 맞지 않아 세 번을 반품했고, 연결 과정에서 하루 종일 난방이 안 돼 두꺼운 이불을 덮고 추운 밤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자 배움이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지금, 스위치를 올리면 따뜻한 불빛이 들어오고,
수도를 틀면 맑은 물이 콸콸 나오며,
보일러를 켜면 집 안 전체가 부드러운 온기로 가득 찬다.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된 이 일상들이
내게는 너무도 감사한 순간들이다.
무너진 폐가에 기술을 더하고, 정성을 쏟고, 시간을 들이면
그 집은 다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나는 이 집을 통해 단순한 주거 공간을 얻은 것이 아니라,
‘불편을 견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을 배웠다.
지금도 전기 배선이 깔린 천장을 보면, 수도 배관이 지나가는 벽을 보면,
그 아래에서 애쓴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이 집은 이제 내 땀과 의지가 켜켜이 쌓인, 가장 나다운 공간이다.
전면 교체는 어렵지만, 전면 변화는 가능하다.
폐가는 그렇게 다시 살아났고, 나 역시 그 속에서 다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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