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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30년 된 시골 폐가, 감성 주택으로 변신한 리모델링 전후 이야기

by 같이의-가치 2025. 6. 25.

 

무너진 기억, 폐가에서 시작된 두 번째 인생

 


서울에서의 반복된 일상과 경쟁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자꾸 고향을 향했습니다. 어린 시절 여름 방학 때 뛰놀던 외할머니 집이 문득 그리워졌고, 우연히 들른 시골 마을에서 ‘30년간 방치된 폐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잡초가 뒤덮은 마당, 무너진 지붕, 곰팡내 가득한 방들. 겉모습은 폐허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집은 저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충동처럼 시작된 폐가 리모델링 프로젝트. 그것은 단순히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다시 짓는 과정이었습니다.



리모델링, 현실은 낭만이 아닌 전쟁이었다


처음엔 간단하게 페인트만 새로 칠하고, 벽지만 바꾸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철거를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기 위해 시작했죠. 벽은 습기에 썩어 있었고, 배수관은 녹슬어 있었습니다. 전기도 완전히 끊긴 상태였고, 보일러는 설치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구조 보강부터 시작해야 했고, 전기, 수도, 난방 공사를 모두 새로 하게 됐습니다. 시공업체 선정에도 시행착오가 많았고, 지역 장인을 섭외해 가며 수개월간 공사에 매달렸습니다. ‘예산 1천만 원’에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 3천만 원까지 늘어났죠. 그래도 마음만큼은 점점 따뜻해졌습니다. 무너졌던 집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으니까요.

 


폐가가 감성 주택으로 바뀌는 마법 같은 순간들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처음으로 마당에서 혼자 커피를 마셨습니다. 햇살은 따뜻했고, 새소리가 창밖으로 들렸습니다. 그 순간, 이 집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쉼터’가 되어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내부는 따뜻한 원목과 흙벽을 살려서 전통미를 유지하면서도, 간접 조명을 곳곳에 배치해 감성을 더했습니다. 오래된 창문은 살려서 빈티지 느낌을 주고, 손수 만든 커튼과 중고 가구로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주방은 흰색 조로 밝게 바꿨고, 욕실은 최소한의 타일 교체로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폐가’에서 ‘감성 주택’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외형이 아닌, 공간의 기운과 에너지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살아난 집, 그리고 나

 

이제 이 집은 저만의 작은 성소입니다. 주말이면 친구들이 놀러 오고, 마당에서 바비큐를 즐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집은 ‘내가 직접 만든 공간’이라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이 남다릅니다. 버려졌던 공간이 다시 사람을 품는 집으로 바뀐 것처럼, 저의 마음과 삶도 더 단단해졌습니다. 시골 폐가 리모델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당신도 마음속에 ‘내 집’을 그리고 있다면, 한 번쯤 시골 폐가를 바라보세요. 그 속에, 새로운 삶의 시작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잊혔던 시골 폐가.
누구도 찾지 않던 그곳에 나는 발을 들였고, 그 순간부터 이 집은 내게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회복’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 마주했을 때 이 집은 말 그대로 폐허였다.
기와는 부서지고, 창문은 깨진 채로 틀에 겨우 매달려 있었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먼지와 습기, 곰팡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이런 곳에서 과연 사람이 다시 살 수 있을까, 나조차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낡고 조용한 공간 안에서 나는 묘한 따뜻함을 느꼈다.
어릴 적 여름마다 놀러 왔던 외갓집의 기억, 마당에서 자라던 코스모스,
장독대 위에 앉아 귤을 까먹던 겨울 오후의 햇살 같은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집을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들겠다.”

리모델링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무너진 곳은 더 깊이 무너졌고, 예상치 못한 보수 작업이 연달아 터졌다.
지붕을 올리고, 벽을 허물고, 물과 전기를 다시 끌어들이는 작업은 체력과 인내를 동시에 요구했다.
예산도 빠듯했고, 장비와 인력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매일 조금씩 손을 대다 보니 어느새 집은 표정을 달리하고 있었다.

‘감성 주택’이라는 말은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집은 분명 감정을 품고 있다.
낡았던 마루는 옻칠을 추가해 반질반질 윤기를 되찾았고,
주방은 오래된 가마솥 자리를 남겨두고 그 옆에 모던한 싱크대를 더했다.
새로 들인 것과 남겨둔 것이 공존하면서,
이 집은 ‘새것’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집’이 되었다.

가끔 이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이 묻는다.
“도대체 이 집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엔 나도 몰랐는데, 이 집이 나를 잡았어요. 여기에 앉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져요.”

그건 아마도, 단순히 외관만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집에 시간을 주고, 감정을 들이고, 삶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아침마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마당 끝 텃밭에서 첫 상추를 따 먹고,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 내 일상이 되었다.
불편도 있지만, 불편한 만큼 더 깊은 만족감이 따라왔다.

이 집은 더 이상 30년 된 폐가가 아니다.
과거의 시간을 껴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감성의 집이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곳에서 새로운 감정과 의미를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무너진 공간을 다시 일으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따뜻해진다.

폐가의 변신은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다시 짓는 여정이었고,
가장 나다운 공간을 찾아가는 깊은 여로였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집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