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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버려진 폐가, 자연을 입다 – 친환경 리모델링으로 다시 태어난 시골집

by 같이의-가치 2025. 6. 28.

“흙, 나무, 햇살로 채운 집
친환경 소재로 다시 태어난 폐가 이야기”

친환경 소재로 리모델링한 시골 폐가의 변신기

 


버려진 집, 자연이 다시 채운다


한적한 시골 마을, 그곳에 사람들이 다 잊은 집 한 채가 있었다.
기와는 무너지고, 외벽은 금이 갔으며,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을 맞은 흔적이 깊이 스며든 집. 사람들은 “저 집은 고쳐도 다시 무너질 거야”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집은 자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단순한 복원이 아닌, 자연을 닮은 집으로 바꾸는 것,
내가 꿈꾸는 귀촌 라이프의 첫걸음이었다.

기존 집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너진 것들을 그대로 품고, 가능한 것들을 친환경 소재로 덧대며 고치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나씩 쌓아갈수록 이 집은 점점 자연에 가까운 숨결을 되찾았다.

 


친환경 소재로 다시 짓는 집 – 자연과 숨 쉬는 공간 만들기


리모델링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소재 선택이었다.
건축 자재는 사람의 피부와 숨결이 닿는 만큼, 건강하고 무해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외벽은 콘크리트 대신 흙과 짚을 섞은 전통 방식의 ‘황토 미장’을 선택했다.
기존의 벽면을 보존하면서 안쪽에서 균열을 메우고, 그 위에 황토를 직접 바르기 시작했다. 황토는 보습 기능이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특징이 있었다.

단열재는 스티로폼 대신 양모 단열재를 사용했다.
가격은 조금 더 들었지만, 정전기 발생이 없고, 곰팡이 번식도 억제되는 천연 재료였다. 마감재는 천연 석회를 사용해 곰팡이 걱정 없이 숨 쉬는 벽을 만들었다.

바닥은 폐목재를 깎고 다듬어 재사용했고, 인테리어는 ‘버려지는 것들로 다시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버려진 나무 문짝은 거실 테이블이 되었고, 철제 창살은 주방 선반으로 변신했다.

페인트조차도 화학 냄새 없는 천연 유래 수성페인트를 선택했다.
칠을 마친 뒤에도 머리가 아프지 않았고, 아이나 반려동물에게도 안전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햇살이 들어오고, 바람이 흐르고 – 삶이 깃든 집


모든 시공이 끝났을 무렵, 집은 더 이상 낡은 폐가가 아니었다.
대신 바람이 흐르고, 흙 내음이 나는, 살아 있는 자연의 공간이 되었다.

창문은 남향으로 크게 뚫어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도록 설계했고, 창호는 단열이 뛰어난 목재 프레임으로 바꾸었다. 덕분에 아침에는 햇살에 눈을 뜨고, 낮에는 굳이 전등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한 채광이 가능해졌다.

주방 천장 위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전기료는 거의 들지 않았고, 조명과 기초 전력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
물은 우물에서 끌어와 정수 필터를 통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고, 생활하수는 자연 정화시스템을 만들어 작은 정원에 물을 공급했다.

생활 쓰레기 또한 최소화했다. 퇴비로 쓸 수 있는 음식물은 따로 모아 텃밭으로 보내고, 포장재는 되도록 쓰지 않는 생활로 전환했다.
이 집에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작은 습관이 실현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집이었다.

 


공간이 바뀌자,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도시에서는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항상 일정에 치이고, 바쁘다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나다운 삶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런 내게 이 집은 ‘다시 숨 쉬는 법’을 가르쳐준 공간이 되었다.

벽 하나, 창 하나, 나무 하나를 선택할 때마다 ‘이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를 먼저 고민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집을 지으면서, 나의 생활도 조금씩 정돈되고 단순해졌다.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있는 자원을 더 오래, 더 의미 있게 쓰게 됐다.
무엇보다 아침마다 흙길을 걸어 나와 햇살 아래서 숨을 들이쉴 수 있다는 게 삶을 근본부터 바꿔놓았다.

손님들이 집에 오면 말한다.
“이 집은 냄새부터 달라. 따뜻하고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야.”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이건 나무와 흙, 햇살의 냄새예요. 자연이 숨 쉬는 집이니까요.”

친환경 리모델링은 단순히 좋은 자재를 쓰는 걸 넘어,
사람과 공간, 자연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 집은 이제,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나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꾼 전환점이자,
작은 숲처럼 나를 감싸주는 치유의 장소다.

 


 마무리하며


친환경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흔히 값비싼 자재나 특별한 기술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친환경 리모델링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을 존중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아주 소박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흙벽을 바르고, 양모 단열재를 깔고, 천연 오일로 나무를 닦아내는 매 순간이 단지 집을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집은 여전히 완성형이 아니다. 지금도 조금씩 고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꿔 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의미 있는 성장의 기록이다.

자연 소재로 채운 집에서 살아보니 확실히 느껴지는 변화가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맑고,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으며, 무엇보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외부의 자극에 지쳐 있을 때, 이 집은 내게 조용히 말해준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살아도 돼.”

폐가였던 이 집은 이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생활은 내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버려진 집을 자연으로 다시 채운다는 것,
그건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한 태도의 전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