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천국이었던 폐가 마당, 정원으로 바뀌기까지 – 자연을 품은 변화의 이야기

“잡초 천국에서 정원 낙원으로, 폐가 마당의 기적”

 

 

 

발 디딜 틈 없던 폐가 마당, 마음속도 어지러웠다

“여긴 손대도 안 돼. 잡초가 뿌리까지 엉켜서 그냥 포기해.”

처음 폐가를 계약하고 현장을 둘러봤을 때, 가장 막막했던 곳이 바로 마당이었습니다.
잡초는 무릎을 넘겼고, 이름 모를 덩굴은 담장을 타고 옆집 경계까지 넘어가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수년간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죠.

누구나 ‘마당이 있는 집’을 꿈꾸지만, 그건 관리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은 그 ‘꿈의 마당’을 얻었지만, 현실은 풀숲에 파묻힌 폐가의 마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그 혼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풀밭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우리 마음도 같이 정리되지 않을까?”

그 생각은 우리 가족의 정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낫과 장갑으로 시작된 첫 삽질 – 가족의 땀이 뿌려지다

첫날은 정말 암담했습니다.
온종일 풀을 베고, 뿌리를 캐고, 폐기물을 자루에 담았지만…
다음날 다시 와보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또다시 잡초가 고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매주 토요일, 가족 모두가 작업복을 입고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낫, 곡괭이, 괭이, 손톱 끝까지 흙이 박히고 무릎이 까져도,
우리는 하나하나 풀을 뽑고 땅을 고르며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잡초를 제거한다는 건 단순한 정리가 아닙니다.
그건 그 땅에 새로운 생명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뿌리가 얽힌 땅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고,
아내는 어떤 꽃을 심을지 스케치하며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저는 마당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동선을 계획하고, 물길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이 작은 공간 하나가 온 가족을 하나로 엮는 작업장이자 놀이터, 그리고 대화의 공간이 된 것이죠.

 

텃밭이 되고 꽃길이 된 마당 –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시간

정원 만들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당의 기능을 나누는 작업이었습니다.
한쪽은 텃밭 구역으로 설정해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 고추 등을 심었습니다.
다른 한쪽은 꽃길로 조성하여 라벤더, 국화, 수국, 로즈마리를 심고 작은 오솔길을 냈습니다.
마당 중앙에는 돌을 깔아 테라스 공간을 만들고, 벤치와 테이블을 두어 휴식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많은 자재를 직접 재활용했습니다.
낡은 폐가 창틀을 수직 화단으로 바꾸고, 버려진 블록은 화단 경계석으로 활용했습니다.
심지어 고물상에서 주워 온 자전거 바퀴는 바람개비 장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잡초 천국은 점점 생명력 넘치는 정원으로 변해갔습니다.
아침마다 새가 날아들고, 텃밭에 나와 땅을 만지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방울토마토가 얼마나 자랐는지 살펴보며 관찰 일기를 쓰고,
우리는 그 채소로 식탁을 채우며 자연의 순환을 직접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돌보는 마당 – 치유의 시간이 흐르다

사실 우리가 마당을 바꾼 게 아니라,
마당이 우리를 바꿔 놓은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예쁜 정원’을 꿈꾸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은 건 시간을 천천히 느끼는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흙을 만지고 꽃을 돌보며, 우리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화분 하나 옮기며 마음을 정리하고, 잡초를 뽑으며 속에 쌓인 생각도 뽑아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치유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연의 질서를 배우며 감수성을 키웠고,
아내는 매일 아침 꽃을 돌보며 마음의 평온을 찾았으며,
저는 바쁜 업무 속에서 도망치듯 찾아온 이 마당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는 법을 익혔습니다.

지금의 마당은 누가 보아도 ‘작지만 근사한 정원’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그 이상의 공간입니다.
사랑과 땀이 녹아 있는 작은 우주, 우리의 성장기록이 깃든 풍경이죠.

 

잡초가 가르쳐준 것 – 버려진 땅에도 피는 희망

이제 잡초는 더 이상 제거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배웠습니다. 잡초도 땅을 지키기 위한 자연의 노력이라는 걸요.
그 속에서 땅의 상태를 읽고, 때로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잡초도 발견합니다.

가끔 일부러 한 구역은 ‘자연 방치 구역’으로 남겨두고,
그곳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잡초 천국이었던 폐가 마당이 이렇게 정원으로 바뀌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그건 단지 식물 몇 종류를 심은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이 땅과 ‘새로운 관계를 맺은 과정’이었습니다.

 

마당을 가꾼다는 것, 결국 우리 자신을 가꾸는 일

누군가는 정원을 돈으로, 손재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직접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정원은 시간과 사랑으로 자라는 것이라는 걸요.

잡초로 뒤덮여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폐가 마당.
그 땅을 마주했던 처음의 느낌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도저히 손댈 수 없을 것 같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마당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 땅을 믿고 조금씩 손보면, 분명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거야.”
그 믿음 하나로 시작해, 매일 한 발짝씩 걸어갔습니다.

어느 날은 비 오는 날에도 장화를 신고 나가
잡초를 뽑았고,
어느 날은 아이와 함께 씨앗을 심으며
작은 희망을 나누었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잡초뿐이던 마당에서 첫 꽃이 핀 날이었습니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버림받은 땅에도
꽃은 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마당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우리 삶의 철학을 담는 작은 자연의 책장이 되었습니다.
매 계절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우리 가족이 함께 나이 들고 성장하는 생활의 캘린더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원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입니다.
“버려진 것에도 가능성이 있다.”
손대지 않으면 무너지지만,
관심을 주면 살아난다는 사실.

이 마당이 그러했습니다.
폐허 같던 땅에서 싱그러운 꽃과 채소가 자라고,
그 안에서 웃고 이야기 나누는 우리의 일상이 함께 피어났습니다.

지금도 아침이면 마당으로 향합니다.
작은 꽃이 피었는지, 어제보다 잎이 얼마나 자랐는지,
잡초가 또 자라났는지를 확인하며
소소한 평온을 느낍니다.

이 평온은 값비싼 휴식이 아닙니다.
매일 손으로 가꾼 정직한 위로이자,
시간이 들려주는 작은 선물입니다.

이제는 확신합니다.
마당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것을.

버려졌던 폐가 마당은,
이제 우리 가족의 사랑과 땀으로 가득한
작은 정원, 작은 천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 곁의 어떤 공간이든,
잡초 천국이라도, 지금 당장은 지저분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곳은 분명,
당신만의 정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