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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폐가 리모델링 실전 사례

10년 폐가, 다시 문을 열다 —부부의 손으로 탄생한 시골 게스트하우스 이야기

by 같이의-가치 2025. 7. 1.

“무너진 집, 잃어버린 꿈, 그리고 둘이 함께 다시 시작한 공간”

 

10년 방치된 페가를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부부 이야기

 


“이 폐가를요…? 정말요?”


10년 방치된 폐가 앞, 한 쌍의 부부가 섰다

경북의 한 시골 마을.
논길 끝에, 10년 넘게 방치된 폐가가 있었다.
지붕은 내려앉고, 담벼락엔 덩굴이 휘감겼고,
창문은 깨져 새의 둥지가 되어 있었다.

그 앞에 서울에서 귀촌한 40대 부부가 섰다.
처음엔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내는 말했다.
“여기…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어떨까?”

남편은 벽돌 사이로 피어오른 풀잎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폐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 집을 처음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이걸 왜 사냐?”고 했지만,
부부는 그 안에서 어렴풋한 미래를 보았다.
조용하고 천천한 삶, 그리고 그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이들의 출발점이었다.

 


벽을 허물고, 마음을 쌓다


1년 반의 리모델링 대장정

게스트하우스로 바꾸기 위해
부부는 직접 공사에 뛰어들었다.
처음 3개월은 철거였다.
무너진 기와, 낡은 장판, 쥐 쌓인 천장까지
모두 걷어냈다.

남편은 전기와 배관을 배우기 위해 시작했고,
아내는 인테리어 자재를 고르고,
온라인으로 시공 유튜브를 보며 매일 공부했다.

특히 부부는 원래 있던 구조를 최대한 살리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기와는 재활용했고,
기둥도 수리해서 남겼다.
벽은 석회와 황토를 혼합해
자연 친화적인 마감을 택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공간의 레이아웃이었다.
한 채의 집을 두 개의 객실과 하나의 공유 공간으로 나누고,
화장실은 외부와 연결된 ‘야외 욕실’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손님들은 그 공간을 ‘자연과 맞닿은 숙소’라고 표현하게 된다.

총비용은 약 4,800만 원.
스스로 절반 이상을 해결했기에 가능한 예산이었다.
대신 몸과 마음은 몇 번이고 무너졌다.
“이걸 왜 시작했나…” 싶은 순간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아침 햇살이 벽에 닿을 때,
또한 손님이 감탄하는 한마디를 들을 때
부부는 그 선택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손님, 첫 별점, 그리고 첫 감동


오픈 첫날, 숙소 예약 사이트에 등록한 순간
“제발 아무도 안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떨리고, 걱정됐다.

그런데 며칠 뒤
첫 예약이 들어왔다.
30대 부부와 아이 둘, 서울에서 온 가족이었다.
그들은 마당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고,
대청마루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떠나는 날, 남편은 부부에게 손 편지를 남겼다.

“여긴 단순한 숙소가 아니었어요.
우리 가족은 멈춰 있던 걸음에 쉼표를 찍고 갑니다.”

그날 이후,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닌
사람들의 쉼과 연결, 그리고 이야기의 공간이 되었다.
학생들, 혼자 여행 온 사람들, 아이를 둔 가족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리뷰에는 이런 문장들이 남았다.

“벽에 햇빛이 스며드는 시간에 눈물이 났어요.”

“이 집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집을 갖고 싶어졌어요.”

그 감동은
부부가 바닥에 엎드려 단열재를 붙이던 날,
추운 날씨에 외풍을 막기 위해 밤새 창문을 막던 순간을
보상해 주는 진심의 결과였다.

 


한 집, 두 사람, 그리고 다시 쓰는 공간의 의미


이제 이 게스트하우스는
작은 시골 마을의 ‘쉼표 공간’이 되었다.
부부는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안에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간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집을 고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집이 우리를 고친 거였어요.”

이 집에는 비밀이 있다.
문틀을 밀면 드러나는 낡은 벽돌,
기둥 아래 남겨둔 흠집 하나.
그건 부부가 일부러 남긴 것이다.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 부부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기가 아니다.
그건 용기, 사랑, 고생, 그리고 손으로 짓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어딘가에서
낡은 폐가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부는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작은 엉망이고 무섭지만,
그 끝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따뜻한 계절이 기다리고 있어요.
손으로 만든 집은, 결국 마음으로도 지어지는 법이니까요.”

 


마무리하며 – 집을 고치며, 삶도 함께 고쳐졌다


10년 동안 버려졌던 한 채의 폐가.
그저 방치되고 잊힐 수 있었던 공간이
어느 부부의 손끝을 통해 다시 숨 쉬게 되었다.
이 집은 단순히 리모델링된 시골 숙소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쌓아 올린 삶의 결과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사실, 게스트하우스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된 일이다.
직접 폐자재를 정리하고, 기초 설비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나하나 익히며,
수십 번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과 마주해야 한다.
특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밤의 작업, 실패의 연속,
그리고 끝없는 수정과 설계 변경은 이 부부에게도 고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새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햇살이 대청마루에 퍼질 때 찾아오는 잔잔한 행복,
그리고 손님들이 남긴 “정말 따뜻한 공간이었다”는 한 마디는
그 모든 수고를 보상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며,
이 부부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낡은 공간을 가꾸며, 잊고 있었던 꿈과 애정을 되찾았다.
그것이 바로, 폐가 리모델링이 주는 진짜 가치일지도 모른다.

이제 이 집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지친 도시인에게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쉼표’이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폐가였던 이곳이 누군가에겐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고,
누군가에겐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포근한 공간이 된 것처럼,
모든 집은 제2의 삶을 기다리는 또 다른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무너져 있는 무언가 앞에 서 있다면
이 부부의 이야기를 기억해 보자.
“무너졌다고 끝난 게 아니다.
어떤 폐가도, 어떤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들의 집이 증명하듯이 말이다.